오래된 여행이야기 : Pahargn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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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디어 델리의 여행자 거리, 빠하르간즈에 도착했다.

    오토릭샤에서 내리는 순간,

    한꺼번에 몰아치는 소음들이 빛의 속도로 날아와 내 머리를 후려치는 바람에 순간 눈앞이 아득해졌다.

    몇 분을 그렇게 서있다가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 정신을 차리니, 이번엔 너무 한꺼번에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와

    모든 사람, 모든 사물들이 색색의 점이 되었다가 매트리스의 수 많은 숫자들처럼 후두둑 떨어지더니 이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가벼운 멀미를 하는 듯한 어지러움이 지나고 나니, 빠하르간즈의 풍경이 서서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여행 전, 서울의 여행자 거리 이태원과 비슷하겠지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여행자가 많다는 공통점을 제외하고는 비슷한 부분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는게 맞다.

    2002년 월드컵의 열기로 거리를 가득 메웠던 그 때의 시청 거리 처럼, 거리를 빽빽이 채운 수많은 인도인들

    그리고 그 사이로 꼬리를 느리게 휘저어 가며 느릿느릿 발걸음을 옮기는 수 많은 소들...

    그 좁은 여행자 거리에 이렇게 많은 소들이 다니는 것도 신기한데,

    아무렇지도 않게 소들을 피해 제갈길을 다니는 사람들이 이 풍경을 더 생경하게 만들었다.

    길은 좁은데, 길이 다 포용할 수 없을 만큼의 사람들이 있으니 그 소음들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거리를 맴돌고 있다.

    축제를 연상시킬 만큼 수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는 이 거리, 제대로 활기차다.

    한걸음 내딛을때마다 여기가 길인지 소똥밭인지를 의심케하는 이 지뢰밭길은,

    아직 이 여행자 거리에 익숙하지 않은 여행자의 입에서 외마디 비명이 연속적으로 터지게 만들어 이 활기찬 거리에 동참하게 만들었다.

    참 이상하다. 집에 혼자있는 시간이 많은 히키코모리 같은 기질을 지닌 프리랜서로

    서울에선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한번에 모든 것이 입력되기 힘든, 사람 많은 풍경이 있는 곳은 머리가 아파 별로 안 좋아했는데,

    이곳에선 시끌벅적한 이 거리가 이렇게 신이 나니 말이다.


    '사람이 풍경일 때처럼 행복한 때는 없다'는 정현종 시인의 말처럼.




    나는 여행 초보자답게 인도 땅덩이 만큼이나 두꺼운 여행 책자를 꺼내 들었다.

    우선 내 잠자리를 정해야 하니 말이다.

    지금이야 세계 어디를 가든 와이파이가 팡팡 터지니, 스마트폰으로 숙소를 미리 예약하거나, 예약은 아니더라도 미리 입력해 놓은 숙소 주소를

    맵에 입력해서 쉽게 숙소를 찾을 수 있었지만,

    불과 십년전인 그때에는 와이파이는 커녕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이라

    인도 땅덩이 만큼이나 두꺼운 여행 책자에 나온 몇 개 되지 않는 숙소에 의지해,

    심심하면 위치를 틀려대는 지도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길 잃은 승냥이 마냥 숙소를 찾아 헤매야했다.

    거리 입구에 들어서니,

    여행자 거리답게 수많은 게스트하우스의 간판들이 서로 얼굴을 빼들고 건물 자락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책자에 숙소에 대한 정보는 고작 몇 줄, 보통 사진이 없거나, 있어도 손가락 두마디 정도 크기의 사진이 전부인데도

    이상하게 이 곳으로 가야겠다 생각이 드는 숙소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번에도 역시 마음속으로 대충 정해놓은 숙소가 두군데 정도 있어, 그 중 가장 먼저 보인 숙소로 들어갔다.

    호텔 이름은 다운 타운. 주인이 꽤나 까칠했지만 오늘은 그냥 여기서 묵기로 했다

    우선 배가 너무 고프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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