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인연』 ― haiku mini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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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콧등을 두드리는

    이건 빗방울

    생각 나지만

    후회하긴 이미 늦었어

    그러던 중 지나간다

    타야 할 버스

    너는 너무 빨랐지

    지워진다

    볼 사람도 없지만

    공들여 한 화장인데

    상점의 우산은

    이미 조기품절

    인생은 왜 선착순인가요

    친구는 말했어

    못 기다리겠다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깨달은

    잔액없는 버스카드

    채워질 듯 채워지지 않아

    너는 늘 갈증이 나

    하염없이 걸었다

    해마저 저무는데

    문득 울고 싶어졌다

    그러던 중

    스친 인연

    설명할 수 없지만

    우린 같은 걸 느껴

    뒤 돌아 본 순간부터

    운명을 믿어보기로 했지

    마주치는 눈

    휘어지는 입가는 

    분명 좋은 인연의 시작

    잘못된 인연의 연속이던 오늘 하루는

    알고보니

    좋은 인연을 실어다 준 실이었나

    기분좋은 설레임으로 펼쳐질

    앞으로의

    오늘

     

    made by.김현지

     

  •  

    『잘못된 인연』 ―  haiku mini book

     

    '하이쿠'는 일본 고유의 단시를 말합니다. 짧고 간결한 문장만으로 그 이상의 울림과 감동을 자아내는 하이쿠

    의 형식을 빌려 작은 타이포디자인북을 만들어보았습니다.

     

    내용 속 주인공에게 펼쳐진 하루는 그야말로 '되는 일 없는' 하루입니다. 일기예보를 봐 놓고도 우산을 놓고 

    집을 나선다든지, 타야할 버스를 눈앞에서 놓친다든지, 빗물에 화장이 지워지고, 약속이 취소되고, 버스카드

    에 잔액이 없는 등의 자잘하지만 짜증나는 상황들이 이어지는 그런 날 말이죠. 그것은 곧 옳게 성립되지 못

    한, 이어져야 했으나 이어지지 않은, 혹은 잘못 이어진 '잘못된 인연'들입니다. 이러한 잘못된 인연들로 지쳐

    버린 주인공에게 우연히 한 인영이 스칩니다. 그것은 말로 설명하지 못할 감정의 떨림이었고, 상대방 또한 저

    와 같은 시선을 보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것은 상상하지도 못한 귀인, 소중한 인연이었고, 주인공

    은 오늘 하루 있었던 잘못된 인연들의 연속이 결국 잘 된 인연 하나를 만나게 해주기 위한 과정, 즉 매개체 였

    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

    대학교 재학 시의 과제였는데, '인연'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만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강렬한 흑백의 대비만을

    가지고 심플하지만 위트있는 디자인으로 내용을 풀어내고 싶었습니다. 꽤 시간이 지난 지금도 머릿속에 맴돌

    만큼 즐겁고 인상깊었던 작업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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