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숨, 김하늘

  • '나비, 숨' 이라는 시를 포스터로 작업했습니다.

     

     

     

    Poster Design, A4

     

     

     

     나비, 숨, 김하늘

     

      애인에게선 나비 냄새가 났다

      날개뼈를 긁어 주면 애인은 애벌레처럼 왼 겨드랑이를 파고들어 온다. 나는 침묵했고 애인은 나비가 되고 싶다는 말을 주문 걸듯 반복했다. 나비처럼 말하고 나비처럼 울고 나비처럼 속상해하며 눈에 띄게 말라 갔다. 며칠씩이나 누에잠을 자고 의식이 있을 때도 최소한의 물만 마시고 이따금 냉소 띤 얼굴로 자신의 손목을 깨물어 달라고 했다. 

      나비의 피가 흐를 것 같아

      필사적으로 나비가 되고 있는 애인의 몸부림에 대해 기록하지 않기로 결심한 그 하루조차 우리는 연대한 적이 없었다. 아무도 읽지 않은 책의 두 번째 문장처럼 우리는 겨우겨우 서로를 정다워했을 뿐. 애인은 이제 나비처럼 숨을 쉬는데 (나만 다시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아프도록) 그것이 흉기가 되어 나를 조롱하고 아예 나비가 되어가는데 (나비가 된 애인을 간섭해서는 안 되는 일) 내가 구사할 줄 아는 모든 말을 잃어버린 나는 괴로워하는 법도 모르는데 (나의 혀는 점점 굳어 가는데) 차라리 당신이, 

      한 계절도 다 살지 못한 채

      파괴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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